"베트남 선수는 작지만 매운 '고추' 같았습니다. 체격 좋은 한국 선수들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그 '절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2026 AFC U23 아시아 선수권 대회에서 사상 두 번째 메달(동메달)을 목에 걸고 하노이로 돌아온 김상식 감독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베트남은 8강에서 UAE를, 3·4위전에서 모국인 한국을 승부차기 끝에 꺾으며 아시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귀국 직후 김 감독을 만나 '사우디 기적'의 뒷이야기를 들었다.
◇ "한국 스피드 이기려 팔굽혀펴기 지옥 훈련"
동남아시아의 맹주를 넘어 아시아 대륙의 강호들과 대등하게 맞선 비결에 대해 김 감독은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바로 '상체 근육'이다.
"요르단, 사우디, 한국 같은 팀들은 우리보다 빠르고 힘이 좋습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팔굽혀펴기와 상체 운동을 추가로 시켰습니다. 1대1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아야 우리만의 전술이 통하기 때문입니다."
김 감독은 이어 "우리가 약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철저하게 단결한 것이 주효했다"며 "한 명이 뚫리면 뒤에서 바로 다른 선수가 커버하는 조직력으로 한국의 화력을 잠재웠다"고 설명했다.
◇ 10명으로 버틴 한국전... "심장이 멎을 뻔한 120분"
가장 극적이었던 순간은 역시 한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이었다. 후반 종료 직전 주포 딘 박이 퇴장당하며 10명이 된 상황. 설상가상으로 추가 시간 30초를 남기고 동점골까지 허용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연장전 30분은 제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이었습니다. 선수들에게 '평소 훈련한 대로 부담 갖지 말고 승부차기까지만 버티자'고 했습니다. 딘 박의 퇴장으로 절망적이었지만, 오히려 그 위기가 선수들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결국 베트남은 수적 열세 속에서도 120분 혈투를 2-2로 마쳤고, 승부차기에서 7-6 승리를 거두며 한국을 울렸다.

◇ "목표는 월드컵... 베트남 선수들, K리그 진출했으면"
김 감독은 이번 성공이 일회성이 아님을 강조했다. 베트남 축구 연맹(VFF)과 함께 세운 장기 목표는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베트남 축구는 이제 아시아 어디와 붙어도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딘 박, 타이 손 같은 재능 있는 선수들이 이제 베트남 리그를 넘어 K리그나 해외 강팀 리그에 진출해 더 큰 무대를 경험하길 바랍니다. 국가대표팀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김 감독은 오는 3월 2027 아시안컵 최종 예선 말레이시아전부터 이번 U23 영웅들을 대거 국가대표팀으로 월반시켜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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