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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미의 심리] 그림책이 내게 묻다 2, 용기가 필요할 때

삶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올 때가 있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기쁨을 모조리 빼앗고, 죽을 맛이라는 탄식과 함께 내적 에너지를 모두 쏟아 내야만 하는 고통스런 문제들을 통해 말을 걸기도 하고, 때론 지나칠 수도 있는 사소한 어떤 사건을 통해 삶의 축을 흔드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 질문에 귀 기울이고 답을 구하다 보면 우리의 감추어진 욕구, 내면 세계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점차 변화된 삶을 희망하게 될 것이다. 

 

 

다음에 소개하는 그림책을 보며 “나라면?”이라는 질문과 함께 우리의 경험들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 그동안 어떤 자세로 삶의 문제들을 대하고 어떻게 답했는지 그 경험들을 돌아보면 어떨까? 그리고 이 짧은 글을 통해 잠시라도 성장의 희망을 품어 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의 용기를 낼 수 있길 바란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인 ‘중요한 문제’는 수영강사인 네모가 동전만한 원형 탈모가 생겨 병원을 방문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의사의 처방은 뜨거운 목욕 하지말고 커피도 술도 절대 금하고 숙면을 취할 것,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머리털이 어서 자라기만 기다리면서 평소에 누리던 소소한 기쁨들을 모두 포기하며 살다보니 네모는 우울증 치료를 받아야 할 지경에 이른다. 네모의 우울이 온전히 공감되며 자연스럽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러다 그림책의 말미에서 나라면 결코 하지 못했을 법한 네모의 용감한 선택을 마주하면서 가슴이 뻥 뚫리는 후련함을 맛보았다.

 

무기력으로 늘어져 있던 어느날 그는 홀린듯 욕조로 빨려 들어간다. 그는 좋아하는 반신욕을 하며 땀을 쭉 빼고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들이킨 후에 비로소 무엇이 자신에게 중요한 문제인지를 깨달아 알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머리털을 다 밀어버린다. 유쾌한 수영강사로 다시 돌아온 네모에게 원형 탈모는 더 이상 그를 괴롭히는 중요한 문제로 여겨지지 않게 된 것이다.

 

살다보면 우리 모두에겐 이런 동전만한 아니면 그보다 크거나 작은 문젯거리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문제들을 만날 때 선택한 결과들이 축적되며 개인의 성숙과 미성숙을 판가름 한다.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만약 내가 네모였다면 수치심이 가장 치명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눈길이 따갑게 느껴졌을 것이고한없이 위축 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인내심을 발휘해 의사의 처방을 잘 따랐을 것이다.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것만 빼곤 말이다. 그러다 파격적인 그의 선택을 대하면서는 갑자기 뱃속이 시원해지는 후련함을 느꼈다. 머리털을 밀 때 느껴질 법한 바리깡의 촉감을 나도 함께 느끼며 한 없이 자유로웠다. 그것은 누구라도 가지고 있는 자신의 결점, 숨기고 싶은 치부들을 끌어안고 ‘그럴 수 있어' 하며 자신을 관대하게 수용하는 데서 오는 해방감인 듯 했다. 어쩌면 각 사람의 내면 깊은 곳에 감추어져 있는 욕구를 발견하고 그것이 채워질 때 느끼는 행복감이었을 수도 있다. 나는 네모가 삭발하는 그림을 보며 그의 용기가 부러웠다. 흩날리는 그의 머리털을 보며 결기어린 그의 선택이 부러웠다.

 

 

스트레스나 갈등을 해결하면서 용감한 선택을 하고 성장을 이뤄내는 내용을 다룬 그림책들이 많다. 그 가운데 슈렉의 작가인 윌리엄 스타이그가 쓴 ‘용감한 아이린’은 적은 지면에 압축하여 전달해야만 하는 그림책의 한계성에도 불구하고 매우 훌륭한 성장 서사를 그려냈다.

 

아이린이 집을 떠나 눈보라 속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위기와 갈등 상황이 그림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 어른도 하기 어려운 일들을 감당하며 겪게 되는 시련을 통해 아이린이 지닌 성장의 가능성을 알리려는 것이 작가의 의도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이린은 엄마가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만든 공작부인의 파티복을 배달하기 위해 아픈 엄마를 대신해 집을 나선다. ‘눈을 좋아한다’며 엄마를 안심시킨 후 눈보라가 몰아치는 길 위로 나선 아이린은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들을 맞는다. 소중하게 안고 가던 드레스가 강풍에 날아가기도 하고 다리를 다치고 숲 속에서 길을 잃기도 한다.

 

그리고 눈 구덩이에 빠지는 최대의 위기를 맞이 하면서는 차라리 죽는 것이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괴롭히기만 하던 바람의 도움으로 빈 상자를 썰매삼아 미끄럼을 타고 무사히 공작부인의 집에 도착한다. 고약한 바람이 날려 보냈던 드레스는 먼저 도착하여 집 앞의 나무에 걸려 있었다. 그렇게 무사히 파티복을 전달한 아이린은 공작부인의 연회에 초대되어 춤도 추며 기쁨을 같이 한다. 모든 사람이 아이린의 무용담에 귀기울이고 용기를 칭찬한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아이린이 따뜻한 차를 만들어 엄마에게 드리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과연 무엇이 어린 아이린을 길 위로 나서게 했을까? 아이린은 어떻게 자신이 처한 상황으로부터 도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서 자신의 용감한 선택을 따라 행동할 수 있었을까?

 

아이린이 홀로 집을 떠나기로 마음 먹고, 차라리 죽고 싶을 정도의 고난이 꼬리를 물때 다시 일어나야 한다고 자신을 다독일 수 있었던 것은 엄마와 공작 부인에 대한 사랑과 신뢰라는 안전기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그 토대 위에서 자신과 그 두 사람의 욕구나 감정에 민감하게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신뢰라는 안전 기반 위에서 대상으로 향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비록 실패나 거절 받는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필요한 용기를 내어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여기서 온다.

 

그리고 자신의 도전으로 말미암는 크고 작은 성공과 좌절을 경험하며 긍정적인 자아 정체감을 확립하고 자기 효능감을 발달시키면서 아이들은 성장해 간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것, 심지어 고통으로 다가오는 좌절들마저도 나름의 존재 이유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용감한 아이린’에서 바람의 역할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주저앉고 포기하게 만드는 고약한 바람이지만 또한 아이린을 대신해 드레스를 배달하고 썰매를 밀어주며 성장을 응원하는 좋은 바람이기도 하다.

 

용기에 관하여 글을 쓰다가 문득 떠오르는 또 다른 그림책이 있었다. 중국의 사상가요 작가인 루쉰이 1920년 북경신보에 기고했던 짧은 글을 그림책으로 담아 낸 ‘작은 사건’이다. 이 책은 그가 ‘어떤 한 작은 사건'을 통해 자신의 수치스런 내면을 고통스럽게 마주 해야만 했던 순간과 그로 말미암은 내적 변화와 성장의 가능성을 무겁게 전달한다.

 

1917년 어느 겨울 매서운 북풍 속에서 인력거를 잡아 타고 출근하던 그는 남루한 차림의 할머니가 인력거에 치이는 사고를 접한다. 가볍게 스치는 정도의 사고였기에 인력거꾼이 멈춰서서 넘어진 할머니를 돌보고 경찰서까지 모시고 가는 것이 호들갑으로 여겨져 못마땅할 뿐이었다. 그러나 소리내 표현은 못하고 속으로 궁시렁거리다 무심코 할머니를 부축해 걸어가는 인력거꾼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순간 그는 기이한 경험을 한다. 흙먼지를 뒤집어 쓴 인력거꾼의 굽은 등이 점점 거대하게 변하며 압도하는데 그 자신은 점차 왜소해지며 자신의 가죽 외투 속으로 쪼그라드는 것이었다.

 

결국 그는 동전 한 웅큼을 인력거꾼에게 전달해 달라고 순경에게 건낸 후 인력거에서 내려 걸음을 옮기며 생각한다. 자신이 건낸 동전 한 웅큼의 의미와 자기 자신에 대해...... 루쉰의 수치심이 건드려졌던 순간이 아니었을까? 그가 회고했듯이 지난 세월 속에서 겪었던 숱한 사건들과 읽었던 수많은 유교 경서의 글귀들은 잊혀졌지만, 이 작은 사건만은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그를 변화시켜 왔다. 그래서 그 날의 수치는 오히려 삶을 변화시키는 용기와 희망이 되었다. 루쉰은 이 사건의 거울을 통해 자신을 보았다. 겉으로 보여지는 완성된 자기 모습이라는 가면이 벗겨질까 봐 자기 성찰을 포기하거나 문제를 회피하는 대신 그는 자신의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용기내어 마주하고 인정하면서 매 번 새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유쾌하게 원형탈모 스트레스를 날려 버렸던 네모, 눈 폭풍 속에서 시련을 극복하고 내재된 힘을 확인하며 성장할 수 있었던 아이린, 자신에게마저도 숨겨왔던 자만심과 약자에 대한 무관심이 드러났던 부끄러운 순간에 눈 감지 않고 자기 성찰과 변화의 계기로 삼은 루쉰, 이들 모두의 용기 있는 결단 앞에서 고통은 걸려 넘어지는 걸림돌이 아니라 오히려 성장을 돕는 디딤돌이 된다.

 

삶이 말을 걸어올 때 멈춰 서서 귀기울일 수 있기를 그리고 용기내어 답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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