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미디어 | 의료·보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국가 중 하나로 꼽히는 베트남이 ‘장수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사회’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단순한 고령화 단계를 넘어 ‘건강 빈곤’ 위기에 진입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팜빈안 호치민시 개발연구소 부소장은 4월 24일 뚜오쩨 신문과 공동 개최한 “건강한 베트남을 위하여” 프로젝트 발표에서 “베트남은 ‘부자가 되기 전에 늙는 것’을 넘어 ‘늙기 전에 쇠약해지는’ 상황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베트남은 2025년 기준 약 1,610만 명의 노인이 전체 인구의 16%를 차지할 것이다. 특히 호치민시는 전국 평균보다 늦게 고령화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2038년 고령 인구 임계점에 도달하고 2048년 이후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이다.
문제는 단순한 수명 증가가 아닌 ‘건강 수명’의 질이다. 응우옌반빈짜우 호치민시 보건국 부국장은 최근 2년간 60세 이상 약 50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료 건강검진 결과를 공개하며 “대다수가 평균 두 가지 이상의 만성 질환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이 중 63% 이상이 고혈압, 26% 이상이 당뇨병 위험군 또는 환자로 나타났다.
특히 고혈압의 경우 약 15%는 검진을 통해서만 발견되는 ‘침묵의 질환’으로, 많은 환자들이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평균 수명은 증가했지만, 상당수 국민이 생애 마지막 10년을 질병과 함께 보내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경제적 부담도 심각하다. 노인의 약 70%가 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도시화로 가족 돌봄 기능이 약화되면서 장기 요양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요양시설과 관련 서비스는 여전히 부족해 사회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보건 당국은 의료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호치민시 보건국은 국제 기준에 기반한 5단계 의료 모델 도입과 함께 ‘재택 노화(aging in place)’ 전략을 강조했다. 이는 노인이 익숙한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지역사회 기반 돌봄과 방문 의료 서비스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경증 단계에서는 자가 건강관리와 활동적 생활을 유지하고, 필요 시 지역 요양시설을 이용한다. 중증 환자의 경우 가정 방문 진료를 확대하고, 최종 단계에서만 병원 입원을 진행하는 구조로 의료 과밀화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팜빈안 부소장은 노인을 사회적 부담이 아닌 ‘실버 경제’의 핵심 주체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장기 요양보험 확대, 고령 친화 도시 설계, 민관 협력 기반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예방의학 전문가인 쩐닥푸 부교수는 “현재 베트남에서 비전염성 질환이 사망 원인의 최대 70%를 차지한다”며 1차 의료 중심의 조기 진단과 지속 관리 체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판쫑란 중앙위생역학연구소 소장도 “질병 발생 이후 치료보다, 생애 전주기 예방 중심 접근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예방의학 체계 강화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고령화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의료·복지·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적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한 수명 연장이 아닌 ‘건강한 노후’를 위한 국가 전략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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