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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학

‘강해야 한다’는 침묵의 강요…베트남 남성들, 우울증 내몰려

가장(家長) 역할 집착이 극단 선택으로…“감정 표현이 진짜 강함”

“괜찮습니다.”

 

43세 남성 쩐쫑이 진료실에서 반복한 말이다. 가족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을 당시 그는 자살 시도 후 극도의 탈진 상태였다. 눈을 피한 채 팔짱을 끼고 앉아 있던 그는 수 시간의 상담 끝에야 지난 1년간의 삶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박마이(Bach Mai)병원 국립정신건강연구소 소속 부손뚱(Vu Son Tung) 박사에 따르면, 쩐쫑은 1년 전 직장을 잃었고 주식 투자 실패로 약 10억 동(약 5천만 원)의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그는 이 사실을 가족에게 숨겼다. 매일 정장을 입고 집을 나섰지만, 목적지는 회사가 아닌 공원이나 도심을 배회하는 오토바이 위였다. 생활비를 요구받을 때마다 신용카드 한도를 돌려막기했다.

 

부손뚱 박사는 “환자는 만성 불면, 불안장애, 부채에 대한 강박 증상을 보였다”며 “경제적 현실과 가장으로서의 외적 이미지 사이의 괴리가 결국 한계점을 넘겼다”고 설명했다.

 

“가족 부양자 이미지가 공황을 불렀다”

 

유사한 사례는 하노이의 E병원 정신건강과에서도 보고됐다. 응우옌 비엣 쭝(Nguyen Viet Chung) 박사가 진료한 37세 자영업자 닷(Dat)은 심계항진과 호흡곤란을 호소했지만 심전도는 정상이었다.

 

쭝 박사에 따르면 닷은 매일 아침 잠을 거의 자지 못한 채 욕실에 들어가 스스로 뺨을 때리며 정신을 차리는 ‘의식’을 반복했다. 매출 감소와 은행 부채가 쌓였지만, 그는 아내에게 단 한 번도 이를 말하지 않았다. 가족이 피로를 걱정하면 “일은 잘 된다”고 답했다.

 

쭝 박사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라는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부정적인 정보를 억누른 것이 공황 발작의 핵심 촉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울지 않는 남자’가 만든 독성 남성성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뿌리로 독성 남성성(toxic masculinity)을 지목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성은 어릴 때부터 “남자는 울면 안 된다”, “불평은 약함의 표시”라는 메시지를 주입받는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미덕이 되고,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는 실패로 인식된다.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약 85만 명이 자살로 사망하며, 우울증이 주요 원인이다. 역설적으로 여성은 우울증 진단 비율이 높지만, 자살 성공률은 남성이 훨씬 높다. 이는 남성이 질환을 숨기다 한계에 다다라서야 극단적 선택을 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베트남 역시 전체 인구의 약 15%가 정신질환, 이 중 **우울·불안 장애가 5~6%**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담 원하지만, ‘평가받을까’ 두려워

 

현실적으로 남성들의 상담 수요는 적지 않다. 2022년 VnExpress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27%가 재정·직업·가족 문제로 전문 상담을 원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가장 큰 장벽은 ‘평가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부손뚱 박사는 “남성들은 스스로를 더 강한 성, 부양자로 규정하며 모든 부담을 혼자 짊어진다”며 “감정을 말하는 대신 술, 스포츠, 오락으로 해소하려 하지만 이는 근본 해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기간 억압은 우울증 악화, 자살 위험 증가, 신체 질환, 업무 능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실제로 많은 남성 환자들이 초기 상담만으로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병원에 올 때는 이미 장기 약물 치료가 필요한 상태가 된다.

 

“강함의 정의를 다시 배워야”

 

전문가들은 해법으로 강함의 재정의를 제시한다. 감정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인식하고 이름 붙이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작은 실천으로는 SOS 모델(Situation-Observation-Sensation)이 권장된다.

 

예컨대 “화난다” 대신
“어제 마감기한을 놓쳤고(Situation), 상사가 여러 번 지적했다(Observation). 그래서 불안해 잠을 못 잤다(Sensation)”라고 말하는 방식이다.

 

대화는 긴장된 가족회의보다 운전 중, 요리 중, TV를 보며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가족 역시 해결책을 서두르기보다 판단 없이 듣고 감정을 인정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매일의 작은 대화가 빛이 스며드는 틈이 된다”며 “그 틈이야말로 많은 남성들이 스스로를 가둔 고독의 벽을 허무는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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