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의 평균 신장이 지난 반세기 동안 남성은 약 10cm, 여성은 6cm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최근 10년간의 성장 속도는 이전 10년에 비해 거의 두 배 가까이 빨라졌다.
지난 8월 초,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의 축구 경기를 응원하러 간 하노이의 응옥(44) 씨는 아이들의 큰 키에 놀랐다. 반 전체 선수 11명이 모두 1m70~1m80 사이였고, 아들 역시 1m75에 달했다. 부모 세대인 자신(1m52)과 남편(1m60)에 비해 훨씬 큰 키였다.
응옥 씨는 “부모 키가 작다고 해서 반드시 아이가 작게 크는 것은 아니다”라며 “어릴 때부터 영양과 운동에 신경을 쓴 덕분에 아들이 또래와 함께 훨씬 큰 키로 자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가정이 아이들의 키 성장을 중요하게 여기며, 이는 베트남 청년 세대의 체격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쟁과 빈곤의 100년, 그리고 반전
국가영양연구소 전 소장 레 단 투옌 교수는 “한 나라의 평균 신장은 해당 세대 청년의 성장 결과로 평가된다”며 과거 데이터를 비교했다.
1875년부터 1975년까지 100년간 베트남 남성 평균 키는 1m60, 여성은 1m51로 변화가 없었다. 이는 전쟁과 빈곤이 장기간 이어지며 국민 건강과 체격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1985년 실시된 첫 국가영양조사에서도 남녀 평균 키는 10년 전과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2010년 조사에서는 남성 164.4cm, 여성 153.4cm로 증가했다. 이어 2010~2020년 10년간 남성은 3.7cm, 여성은 2.8cm 더 성장했다.
투옌 교수는 “이는 1960~80년대 일본의 급성장기와 비슷한 수준의 ‘키 도약기’”라며, 경제 발전과 영양 개선, 특히 생후 1,000일 영양 관리가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동남아 ‘최단신 국가’ 오명 벗다
베트남의 평균 신장은 이제 동남아시아 국가 중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에 이어 4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7년만 해도 세계 200개국 중 181위였으나, 최근 조사에서는 153위까지 올랐다.
- 전 세계 평균 남성 키: 약 171cm
- 베트남 남성: 약 167~168cm
아직 세계 평균보다는 낮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국가 전략의 성과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가 단순한 세대 차이가 아닌 정부 차원의 영양·보건 전략의 결실이라고 강조한다.
- 1998년: 아동 영양실조 예방 프로그램 전국 확대
- 2016년: 식품 영양 강화법령(Decree 09/2016) 제정
- 학교급식 개선, 우유 보급, 체육활동 강화 등 학교 기반 성장 프로그램 확대
이러한 노력으로 청소년 세대는 과거 세대와 달리 충분한 영양과 운동, 건강한 생활환경을 누리게 되었고, 이는 곧 평균 키 성장으로 이어졌다.
2030년 목표: 남성 168.5cm, 여성 157.5cm
베트남 정부는 **‘국민 체력 및 체격 향상 기본계획(20112030)’**과 **‘국가 영양 전략(20212030, 2045 비전)’**을 통해 2030년까지 청년 평균 키 목표를 설정했다.
- 남성(18세): 168.5cm
- 여성(18세): 157.5cm
투옌 교수는 “베트남인의 유전자는 본래 다른 나라보다 작지 않다”며 “이제는 동남아 국가들뿐만 아니라 일본, 한국과의 체격 격차도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