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베트남 호치민에 운영 중인 대형마트 사업에서 발을 뺀다. 2015년 1호점이자 유일한 현지 점포인 고밥점을 연 지 5년 만이다.
추가 점포 출점이 어려워 사실상 사업 확대가 막힌 베트남 대신 최근 급성장하는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8일 투자은행(IB)업계 및 베트남 현지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베트남 1호점인 고밥점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삼정KPMG를 자문사로 선정해 원매자를 물색 중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빅시(BigC) 등 베트남 현지 유통업체들과 글로벌 대형마트들을 중심으로 매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나뿐인 점포를 매각한다는 건 곧 베트남 사업을 접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매각 대상은 이마트 베트남 법인 지분과 점포 관련 자산 일체다. 운영 중인 1호점 외에도 골조공사를 진행하다 중단된 호치민 2호점과 하노이 스타레이크 내 2만3000평방미터 규모 대지도 이번 매각 건에 포함될 수 있다. 현재 고밥점의 자산 장부가액은 약 1400억원이지만 인허가 장벽이 높다는 점 등에서 실제 매각가격은 이를 약간 웃도는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점쳐진다.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추진하던 베트남 2호점 오픈 공사가 현지 당국의 규제와 인허가 절차에서의 어려움으로 멈추면서 현지 사업 확대가 불가능해지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봤다. 특히 과거 의욕적으로 진출했다가 사드 사태 등의 여파로 1500억원에 달하는 누적적자를 본 끝에 10년 만에 철수한 중국에서의 뼈아픈 경험이 베트남 사업 정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최근 잇달아 현지업체를 인수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는 미국에서는 새 점포 출점을 포함해 투자를 더 강화할 예정이다. 이는 이마트 사업을 총괄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의중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이마트 측은 "지분과 점포를 매각하는 것은 맞지만 아예 철수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매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으나 현재로선 최소한의 지분을 남겨 현지 유통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사업 모델을 재조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점포 운영권은 현지 파트너에게 넘겨도 이마트라는 브랜드를 빌려주고 노브랜드 상품을 수출 및 공급하는 형태로 사업은 지속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이라 정해진 것이 없는 상태여서 상황이 달라질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매일경제(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0/12/12623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