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팀은 왜 저렇게 늦게 플레이 하는거야?"
"뒷팀은 왜 저렇게 빨리 따라 오는거야?"
"빈 스윙을 도대체 몇 번이나 하는거야?"
"남의 퍼팅 라인은 왜 자꾸 밟고 다니는 거야?"
"인상을 왜 저렇게 쓰면서 게임을 하는거야? 인성이 안 좋은거 아냐?"
"운동 신경이 저렇게 없는데 골프는 왜 치는거야."
"볼 안맞는다고 골프채 던지는 거 보니 상종 못 할 인간이네."
"뭘 저렇게 신중하게 치는거야. 완전 늑장 플레이네."
"무슨 스윙을 저렇게 촐싹대면서 빨리 스윙을 하는거지?"
골프는 철저히 "내로남불"의 반대 개념속에서 행해지는 운동이 아닌가 합니다. 본인 스스로에겐 엄격하고 동반자에겐 관대하게 하는 게 기본인 게 골프이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라운드를 하다 보면 동반자들이 무심코 내뱉는 말 속에서도 "내로남불" 상황에 맞닥뜨릴 때가 종종 있습니다.
지인들과 즐기는 골프에서는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게 인성이고, 좋은 골프 매너는 동반자를 즐겁게 하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 합니다.
골프를 함께 해 보면 그 사람의 인격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골퍼의 인격은 룰과 매너에서도 나타나지만 무심코 내뱉는 말 한마디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출중한 실력을 갖고 있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인성이 바탕 된 말 한마디 한마디 역시 중요한 것 같습니다.
며칠전 공휴일에 친구와 둘이서 라운드를 갔을 때 일입니다. 공휴일인지라 당연히 많은 사람들로 붐빌 것이라는 각오?를 하고 오랜만에 친구와의 라운드인지라 편안하게 즐기자란 맘으로 라운드에 임했습니다. 역시나 첫 홀부터 밀리기 시작을 했습니다. 앞팀에선 한국남자분 네명이 라운드를 했고 뒷팀에 여성분 둘에 남자분 한분 이렇게 세명이 따라 오고 있었습니다.
그럭저럭 전반 나인홀을 마칠 때쯤 일입니다. 앞팀에 초보분이 있었던지 라운드 속도가 많이 늦기는 했습니다만, 이번 홀만 돌면 그늘집에서 잠시 쉴수 있는 상황이라 인내심?을 갖고 앞팀의 플레이를 보고 있는데, 뒷팀에서 여성분 한분이 저희팀쪽으로 와서는 저희팀 캐디에게 유창한? 베트남어로 앞팀에게 진행속도를 빨리 하라고 전하라며 언성을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저랑 제 친구는 어리둥절 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비록 앞팀이 좀 늦긴 해도 공휴일인지라 우리 앞 팀의 앞팀들도 진행이 더딘것을 알기에 저희는 여유있게 그냥 뒤따라 가고 있던 상황에서, 또 우리도 그 정도?의 베트남말은 할 줄도 아는데 궂이 우리팀에게 까지 와서 우리팀 캐디에게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며 마치 우리를 탓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마음이 언잖아졌습니다. 우리팀 캐디에게 우리 앞팀의 진행속도를 빨리 하라고 말을 하는 것은 결국 친구와 저에게 독촉하는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어서 제 친구가 한 마디 할려는 것을 눈짓으로 막고, 무사히? 나인홀을 마치고 그늘집으로 들어와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 인코스에 들어 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뒤 그 뒷팀이 들어 와서 저희 근처 테이블로 자리를 잡고는, 다시 우리보고 들어란 듯이 저희 앞팀의 진행속도를 탓하며 이런 공휴일엔 초보를 데리고 오지 말아야지 하는 말을 큰소리를 치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황당한 순간이었지만 바로 그늘집을 나와 라운드를 계속 해 나갔습니다.
저희가 두명인지라 진행속도도 조금은 빠를수 밖에 없어서 앞팀과 근접해지는 경우도 많았는데 어느 홀에선가 앞팀에서 들려오는 큰 목소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야! 최법. 이 공 니꺼 아냐? 야 송법 이거 최법공 맞지? 야! 최법 너는 니공도 못 찾냐? 아C 그리고 내 공은 어디 있는거야? 야! 캐디 내 공 어딨어? 아C 오늘은 캐디도 초짜를 만나 짜증만 나네. 아C "
참으로 혼란스러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최법"은 "최법인장"의 줄인 말입니다. 독자분들도 아시겠지만 법인장이라는 직책은 아무나 앉을수 있는 쉬운 자리가 아닙니다. 물론 친한 지인들간의 라운드인지라 쉽게 친숙하게 말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뒷팀의 낯선 사람이 근처에 있는 상황에서 너무도 쉽게 내뱉는 말을 들으며 필자 역시 혹시 법인장 자리에 있는 편한 후배들한테 저렇게 말을 한 적이 없었는지 하는 반성?도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야 앞뒷팀으로 서로 만난다 하더라도 누가 누구인지 알수도 없지만, 여기 하노이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뒷태만 봐도 누군지 알수도 있을 정도로 바닥이 좁은 게 하노이 인지라, 필자가 유독 별난 게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필자는 필드에서 조차도 말하고 행동하는 걸 조심하는 게 몸에 베어 있어서 인지 더욱 더 그 상황이 혼란스러웠습니다.
골프가 기술만 배워서 되는 스포츠도 아니며, 정확한 룰을 알아야 하고 상황에 따른 매너도 숙지해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고, 동반자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 철저하게 룰을 적용하여 즐거운 라운드가 될 수 있어야 하는것도 기본이겠지만, 여기 하노이와 같이 좁은 세상에서는 앞뒷팀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게 필자의 생각입니다.
좁디 좁은 하노이 인지라 앞뒷팀으로 낯설고 어색하게 만난 사이일지라도 언제 어떻게 함께 라운드를 할 지도 모르기 때문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라는 속담처럼, 탁 터인 필드에서 막역한 지인들과의 라운드일지라도 품위? 있는 말이 오고 가는 라운드를 갖는 독자분들이 되셨으면 하는 바램으로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