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은 동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의 개발도상국들이 1960년 이후 가장 느린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미국의 보호주의와 부채 증가로 인해 동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의 개발도상국 경제가 50년 만에 최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경제적 취약성이 역내 다른 국가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세계은행은 2024년 동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 개발도상국의 성장 전망을 지난 4월 4.8%에서 4.5%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올해 예상 GDP(5%)보다 낮은 수준이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 역시 2024년 GDP 전망을 4월의 4.8%에서 4.4%로 낮췄다. 올해 베이징은 수십년 만에 최저 수준인 약 5%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디티야 마투(Aaditya Mattoo) 세계은행 동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문가들이 중국의 전염병 회복이 현재보다 더 강력하고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제 국내 소매판매는 팬데믹 이전 수준 이하로 떨어졌고, 주택 가격은 정체되었으며, 가계 부채는 증가하고 민간 부문 투자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여러 가지 불리한 요인들이 결합되어 세계의 주요 성장 동력 중 하나인 동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은 코로나19, 아시아 금융 위기, 1970년대 글로벌 오일 쇼크와 같은 불리한 사건을 제외하고 196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느린 성장률을 보일 것이다.
마투는 중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들이 서비스 부문의 개혁에 착수하지 않는다면 저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부동산과 투자에 기반한 성장에서 아시아의 많은 개발도상국들에게 전환은 어려운 일이다. 그는 "무역과 제조업 투자를 통해 풍요롭게 성장한 지역에서 디지털 혁명을 활용하기 위한 서비스 분야 개혁에서 추가 발전의 열쇠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수요 약화도 타격을 받고 있다. 2022년 2분기 대비 상품 수출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20% 이상 감소했고, 중국과 베트남에서는 10% 이상 감소했습니다. 가계, 기업, 정부 부채 증가로 성장 전망이 더욱 약화되었다.
중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태평양 대부분 지역도 인플레이션 감소법(IRA)과 CHIPS 및 과학법에 따른 미국의 새로운 무역 및 산업 정책에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수년 동안 미중 무역 긴장과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관세는 동남아시아에 이익이 되어 이들 국가의 수입 수요를 증가시켰다. 그러나 2022년에 도입된 IRA 및 CHIPS 법률(미국 제조업을 촉진하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은 이미 동남아시아 국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관련제품 수출도 줄었다.
마투는 "이 지역 전체는 이미 무역 변화 측면에서 미중 무역 전쟁의 혜택을 누렸다. 이제는 이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시행된 후 중국과 동남아의 전자·기계 수출이 감소했다. 이에 비해 미국과 캐나다·멕시코의 무역은 감소하지 않고 있다. 보조금을 받으려면 제품 내 현지화된 내용에 대한 요건을 면제받는 두 나라다. 매투는 "이 조항들의 적용은 비면책 국가들에 대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기업들은 미국의 녹색 기술 보조금 패키지에서 자국의 중요 광물을 '부당한' 제외한 것을 비판했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매장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으며, 이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매우 중요하다. 자카르타는 자국의 광물 수출이 캐나다나 멕시코와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협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베트남 기업 로비단체들도 양국이 공식적으로 관계를 격상한 뒤 미국이 베트남의 전기차 세제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비슷하게 제기해 왔는데, 미국은 베트남의 가장 큰 시장이지만 올해 첫 8개월 동안 수출은 2022년 13.6% 증가한 데 비해 19.1% 감소했다.
-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