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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베트남미디어

[심리] 코로나 스트레스, 우린 많이 지쳤다

가끔 낯선 장소에 섰을 때 자신의 모습과 처한 상황이 더 명확하게 보이는 때가 있다. 아마도 며칠 전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찾은 공항에서 그런 경험을 다시 했던 것 같다. 그 곳에서 온 몸으로 느꼈던 스산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어둠침침한 조명 아래 항공사 직원들의 미소는 오히려 슬픔으로 다가왔다. 한참을 기다려 통과하던 출국장은 텅 비어 있었고 그 곳에서 난 처음 온 사람처럼 약간 허둥거렸던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하니 현실감이 없었던 것 같았다. 역시나 반만 불을 켠채로 손님을 맞는 라운지 한 켠에 앉아 슬픈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참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정확히 100일 전 호치민으로 들어설 때, 그 땐 불편했지만 긴장감으로 오히려 생동감이 느껴졌었다. 그런데 100일이후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이제나 저제나 조금 씩 부풀려 가던 기대감이 무침히 내려앉는 시간이었던 듯 하다. 견뎌야 할 시간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음을  두 눈으로 확인하며 끝 모를 터널로 들어서는 느낌이었다.

사실 우리는 많이 지쳤다. 강력한 한 방의 외상적 스트레스라기 보다는 언제 덮칠지 모르는 치명적인 전염병의 위협을 느끼며 조여오는 압박감으로 고통받는 장기간의 심리적 물리적 스트레스로 인한 외상을 경험하고 있다. 코비드19로 말미암은 이같은 정서적 고통이 지속된다면 나이를 불문하고 어느 누구나 트라우마를 경험할 수 있다. 드러나는 증상들은 다를 수 있지만 처치하지 않고 방치된 트라우마는 우리 삶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언젠가 이 재난이 종식된 이후에도 그 영향력을 지속하며 더 오랜동안 우리를 괴롭힐 수 있다는 말이다. 코비드19의 재앙에 갇혀 지낸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이미 수십억의 지구인들이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절망의 한 복판에 내몰리며 정서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만약 이 고통이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채 트라우마로 악화된다면 심각한 정신적 혹은 신체적 건강의 훼손을 맞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어린 아이들처럼 뇌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트라우마는 성격형성과도 관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한 사람의 인생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트라우마라고 하면 우리는 충격적인 큰 사건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지금 전세계가 경험하는 이 팬데믹은 충분히 외상적이다. 일반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일컬어지는 외상은 성폭력이나 전쟁, 자동차 사고, 아동학대나 유기 등의 충격적 사건에 노출되었을 때를 말하지만 지금의 팬데믹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심리적 신체적 외상 경험이 되기에 충분한 고통이다. 왜냐하면 이 스트레스 또한 세상을 위험한 곳으로 여기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바로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방어적이고 불안하며 미래에 대한 부정적 사고와 감정에 사로잡혀 있다. 미국의 한 연구 보고에 따르면 특히 의료 종사자들은 코비드19로 인해 이미 트라우마가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일부 어린이나 성인들에게서 집단 트라우마의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특히 어린 아이들에겐 불안전하고 스스로의 능력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상황 혹은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위험에 단기간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외상적 경험이 된다. 그리고 부모가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할 때에도 마치 자신들이 직접 경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인다. 지금의 이 팬데믹 상황은 아이들에겐 무기력하고 극심한 불안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더군다나 학교나 가정에서 가까운 사람들의 고통, 그리고 계속 쏟아지는 뉴스와 같은 영상물들을 접하게 되면서 그 심각성은 더 커질 수 있다. 성인들에게도 이 예측할 수 없는 그리고 끝도 안보이는 펜데믹 상황은 외상적일 수 밖에 없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기억하기 싫은 장면이 돌연 떠오르는 플래쉬백이나 우울 혹은 불안으로 인한 고통과 수면장애 그리고 피로감, 근육통, 위통 등의 신체적, 인지, 행동, 정서적 증상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적합한 치료를 받지 않고 지나갈 경우에는 이 증상들은 악화된다.

 

아이들에게선 퇴행이 일어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소변을 참지 못하고 옷을 적시거나 땡깡을 피우는 등의 행동을 보일 수 있다.  바이러스와 관련된 악몽을 꾸는 등의 수면장애도 함께 보인다면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좀 큰 아이들을 둔 부모라면 무기력이나 무감각 혹은 부정적 생각들을 표현할 때 코비드19와 관련있는지 눈여겨 보도록 한다. 물론 어른들도 마찬가지이다. 주의력이 떨어지고 부정적 감정을 많이 느끼거나 마스크를 안쓰고 나가 당황하는 등의 악몽을 꾸면서 잠을 깊이 못든다면 좀 더 주의해서 자신의 증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트라우마는 정신과나 전문 상담사를 찾아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집에서 자녀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으로는 부정적인 정보를 지속적으로 접하는 것이 좋지 않기 때문에 부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뉴스 화면이나 온라인 영상에 불필요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그리나 팬데믹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취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연령에 적합한 설명을 해 주어야한다. 이로써 거짓된 두려움이나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돕는다.

 

감정을 표현하는 일은 큰 도움이 된다. 자신의 감정을 지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은 불안이나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고 건강을 회복하도록 돕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즉, 힘들더라도 나의 상처와 현실을 기억하고 직면하고 수용하고 상처를 살펴볼 용기가 필요하다. 상처로 남은 불필요한 감정이나 생각은 자연스럽게 흘러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마음에 새로운 감정 새로운 생각으로 채울 공간을 마련하는 작업이다. 만약 자기 자신 혹은 자녀의 감정 표현을 돕고 불필요한 감정을 흘려 보내도록 돕기 원한다면 다음 절차를 따라 각 상황에 적합하게 적용해 보도록 하자. 느낌을 표현한다. 말이나 글 혹은 그림으로 상징화 할 수도 있다. 가능한 한 명확하게, 구체적으로 표현하도록 한다. 그런 느낌으로 힘들어 하는 자신을 인정한다. 그리고 이 느낌이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확인하도록 한다. 달리 생각할 수 있는지도 관찰하며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그에 따른 새로운 감정을 느껴본다.

 

이전 글들에서 소개했던 빅터 프랭클의 예를 들겠다. 그는 3년여 여러 수용소를 옮겨 다니며 죽음을 마주해야 하는 하루하루의 두려운 경험을 토대로 로고 테라피라는 정신치료 요법을 개발해 내게 되었다. 죽음의 수용소라고 불린 그곳에서 그는 근거없는 희망에 매달리려고 하지도 않았고 억지로 긍정적 감정을 짜내려고 하지도 않았다. 단지 생명이 자신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님을 믿고 내면의 본질에 삶의 가치를 두고 자신의 삶에 의미가 있음을 믿으며 한발짝 떨어져 마음의 빈공간을 만드는 일을 했다. 하루하루를 가치있게 여기며 일상적인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삶이 지닌 의미를 매일 고민하며 찾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처한 이해할 수 없는 극한의 고통스러운 삶에도 어떤 메시지가 있을 것이란 믿음이 그를 지탱해 줬다.

 

이 일은 혼자 하기 힘든 일일 수 있다. 혹시라도 감염자였다면 외부의 비난이나 그로인한 죄책감 때문에 고통이 더해질 수도 있다. 전문가의 도움을 구할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에라도 혼자 앓지말고 주변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 또 반대로 누군가가 도움이 필요할 때면 공감 어린 대화를 하며 혹은 조용히 경청하며 방패 역할을 할 수도 있어야 한다. 자신을 고립시키는 일은 절대 금해야할 것이다. 외상적 성장이라는 말을 한다. 외상 후에 얻게되는 성장을 말한다. 외상을 잘 극복하면 그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더 초월적인 성장을 얻을 수 있다. ‘아픈만큼 성장한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아픔을 딛고 일어선만큼 성장한다’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언젠가 이 팬데믹은 끝이 날 것이다. 그 때 건강한 발걸음을 내딛고 새로운 시작을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지금 자신과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건강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최상미 상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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