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어촌의 일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파견된 베트남 계절근로자들이 5~8개월 단기 근로 계약으로 평균 1,5000만~3,2000만동(한화 약 900만~1900만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지만, 출국 전 각종 비용으로 최대 6500만동(약 400만 원)을 부담해야 해 경제적 압박을 호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근로자들이 계약을 어기고 도주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 해외노동관리국(DoLAB)이 최근 발표한 **‘한국 계절근로 파견사업 시범운영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 9월까지 약 1만여 명이 한국의 농업·어업 분야에서 일했다.
이 가운데 닌빈(Ninh Binh)성이 3160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낭(Da Nang) 2370명, 동탑(Dong Thap) 1470명 순이었다. 지원자는 모집 인원보다 훨씬 많았는데, 까마우(Ca Mau)의 경우 285명 선발에 500명이 신청했다.
월 4700만동 벌지만, 출국비용 최대 6500만동
근로자의 월평균 수입은 3000만~4700만동(약 180만~280만 원)으로, 숙식비를 제외한 금액이다.
5~8개월 계약기간 동안 총소득은 1억5000만~3억2000만동(약 900만~1900만 원)에 달하며, 이 중 8000만~1억동(약 480만~600만 원)을 저축해 귀국 후 가정생활비나 창업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은 빈곤 완화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라이쩌우(Lai Chau)는 약 480억동, 까마우는 매달 60억동, 흥옌(Hung Yen)은 2018년부터 2025년 6월까지 수천억동의 경제효과를 거뒀다.
다만 겨울철 혹한기 적응 문제와 농번기·농한기에 따른 업무 불균형으로 일부 근로자는 조기 귀국하거나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비용 부담이 도주의 주요 원인”… 보증금 제도도 한계
DoLAB은 “계약 위반과 불법체류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출국 전 근로자와 가족은 지방정부 확인 하에 보증서에 서명하고, 닌빈·까마우성은 공증 문서를 요구하며, 흥옌성은 2억6000만~3억동의 예금통장을, 꽝찌(Quang Tri)는 3600만~5000만동의 예치금과 토지사용권 증서를 요구한다.
그럼에도 도주자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껀토(Can Tho) 46명, 흥옌 39명, 꽝찌 35명, 까마우 34명, 닌빈 29명, 동탑 28명, 닥락(Dak Lak) 21명 등으로 보고됐다.
DoLAB은 주요 원인으로 **“과도한 출국비용”**을 지목했다. 일부 근로자는 8개월 계약에 6500만동 이상을 부담해야 했으며, 이는 계약 위반과 불법체류의 주요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공식 규정상 근로자는 여권·비자 발급비, 건강검진비, 범죄기록증명서 발급비, 항공료, 교육비 등을 부담하며 실제 출국비용은 2000만~6000만동 수준이다.
그러나 일부 지방정부는 행정·서비스 명목으로 900만~1500만동을 추가로 징수해 ‘홍보·선발·어학훈련·현지 교통비’ 등에 사용하고 있다.
농업 경험 없어도 선발… “고용주·노동자 모두 문제”
일부 지방정부는 농업 경험이 없는 사람까지 무리하게 선발해, 이들이 한국 현지에서 농작업을 회피하고 도주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반대로 한국 고용주가 계약 조건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임금을 체불하거나 식사·숙소 제공을 소홀히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근로 강도가 높거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등 열악한 환경 때문에 중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DoLAB은 “현행 보증금 및 담보제도는 억제 효과가 미약하고, 예치금 처리 규정도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흥옌에는 93억동, 꽝찌에는 13억동의 미처리 예치금이 남아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비용 상한제·법적 기준 필요”… 한·베 양국 협의 확대 추진
DoLAB은 향후 통일된 법적 기준과 비용 상한제, 재정 메커니즘 마련을 제안했다. 또 지방정부는 반드시 농업 분야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주민을 선발하고, 출국 전 한국어 및 직무교육을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국 측에 △근로시간·휴식·임금·숙소 기준 준수 △임금 체불 및 불법고용 방지 △계약 위반 시 제재 강화 △귀국 항공권 및 주거비 지원제 도입 등을 요청했다.
현재 한국과의 계절근로 협력사업에는 16개 지방정부가 참여 중이다. 뚜옌꽝, 라이쩌우, 라오까이, 푸토, 흥옌, 닌빈, 하띤, 꽝찌, 후에, 다낭, 꽝아이, 닥락, 람동, 깐터, 동탑, 까마우 등이 포함된다.
한국의 농·어업 계절근로 수요는 연간 7만~8만 명 수준으로, 2025년 6월 기준으로 1차 7만3000명, 2차 추가 2만3000명 모집이 확정돼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한국의 농촌 인력난과 베트남의 일자리 창출이 맞물려 양국의 계절근로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비용 부담·열악한 근로환경·법적 미비가 계속된다면 불법체류와 인권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지속성을 위해선 한국과 베트남 모두 투명한 비용 구조와 근로자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