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명문대학들이 입학전형에서 다시 SAT(미국 대학입학시험)와 ACT(대학 진학 적성시험) 점수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시험 응시가 어려워지자 도입된 ‘시험 선택제(Test-Optional)’ 정책이 학생 선발의 객관성을 훼손하고, 신입생들의 학업 수준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다.
프린스턴대는 지난달 “2027~2028학년도부터 SAT·ACT 점수를 다시 요구한다”고 발표했다. 프린스턴대는 최근 몇 년간 ‘시험 선택제’를 유지해왔지만, 이번 조치로 다시 표준화 시험 점수를 반영하는 대학 대열에 합류했다.
이보다 앞서 브라운대, 다트머스대, 하버드대 등 아이비리그 주요 대학들도 2023년 이후 잇따라 ‘시험 선택제’를 폐지했다. 존스홉킨스대,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조지아·플로리다주립대학 시스템 등 다른 유수 대학들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현재 아이비리그 중에서는 콜럼비아대만이 유일하게 SAT·ACT 점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정책을 유지 중이다.
“내신 성적은 부풀려지고, 추천서는 조작 쉬워”
‘시험 선택제’는 팬데믹 당시 시험장이 폐쇄되면서 불가피하게 도입됐다. 그러나 수년간의 시행 결과, 입학사정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MIT의 내부 분석과 다트머스대의 2025년 연구에 따르면 SAT·ACT 점수는 가정 소득이나 인종 등 배경 차이와 무관하게 신입생의 학업 성취를 GPA(평균평점)보다 더 정확히 예측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전역에서 발생한 ‘학점 인플레이션(grade inflation)’도 문제로 꼽힌다. ACT가 2022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21년 사이 미국 고등학교 전반에서 학점 부풀리기가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졌다고 분석됐다. 이에 따라 고등학교 성적만으로는 학생의 실제 학업 능력을 판단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또한 비교과 활동이나 추천서 중심의 평가가 부유층 학생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풍부한 인맥과 자원을 가진 학생일수록 ‘보여주기식’ 스펙을 쌓기 쉽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AI(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사례가 급증해, 2023~2024학년도 대학 지원자 중 약 3분의 1이 “AI 도움을 받았다”고 답했다는 조사도 있다.
“객관적 선발 위한 유일한 수단은 여전히 표준화 시험”
이 같은 배경 속에서 미국 대학들은 다시 표준화 시험의 중요성을 재평가하고 있다.
하버드는 신입생의 기초 학력 저하로 인해 신설된 ‘대학 기초 대수학(algebra)’ 과목을 개설하기도 했다. 일부 신입생들이 기본적인 수학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 보충 수업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SAT와 ACT가 여전히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한 선발 도구”라고 강조한다.
MIT는 2022년 시험 점수 제출을 재도입하며 “투명하고 공정한 선발로 돌아가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SAT는 ‘읽기·쓰기(Reading & Writing)’와 ‘수학(Mathematics)’ 두 영역으로 구성되며, 총점은 1600점이다.
ACT는 영어, 수학, 읽기, 과학, 선택적 작문(옵션) 영역으로 평가하며 36점 만점이다. 두 시험 모두 미국 대학들이 학생의 학업 역량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대학의 입시 정책 변화는 단순히 시험 제도의 복귀를 넘어, 교육의 본질과 공정성 회복을 둘러싼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AI 활용, 학점 인플레이션, 계층 간 교육 격차 등 복합적 문제 속에서 ‘객관적 평가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향후 대학 입시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