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의 부유층이 명품 패션, 요트 여행, 세계적 콘서트 등 고급 소비에 열기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나이트 프랭크(Knight Frank)가 발표한 '2025년 글로벌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베트남의 순자산 1천만 달러 이상 고액자산가(HNWI) 수는 5,459명으로, 글로벌 총 HNWI의 0.2%를 차지하며 동남아시아 6위에 올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베트남의 HNWI 증가는 연 5~18%로 강력했으며, 팬데믹 이후에도 2.4~5%의 안정적 성장을 유지했다. 이들 엘리트 계층은 명품 패션 외에 요트와 고급 콘서트를 즐기는 데 열중하고 있다.
명품 시장, 2033년 40억 달러 돌파 전망
베트남 명품 시장 규모는 2024년 23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IMARC 그룹에 따르면 2025~2033년 연평균 7.3% 성장해 2033년 4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보석, 시계, 의류, 신발, 휴대폰 등은 특히 여성 부유층의 주요 소비 채널이다.
중산층 확대도 시장 성장을 뒷받침한다. 2030년까지 베트남 중산층은 5,600만 명으로 늘어나며, 글로벌 순위는 26위에서 18위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IMARC 보고서는 “소득 증가, 관광 산업 호조, e커머스·디지털 플랫폼 발전이 명품 소비를 촉진한다”고 분석했다.
요트 휴가 수요 폭발적 증가
베트남 부유층의 요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B&Company의 2024년 말 보고서에 따르면, 2013~2023년 베트남 백만장자 수는 98% 증가하며 세계 최빠른 속도를 기록했다. 이는 크루즈·럭셔리 요트 여행, 프라이빗 요트 차터, 요트 구매 등 고급 경험 수요를 키우고 있다.
하롱베이, 나짱, 푸꾸옥이 주요 목적지로 꼽히며, 1인당 41~275달러 규모의 크루즈 투어는 세일링, 워터스키, 카약, 스노클링 등을 포함한다. 베트남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으로는 땀손 요트(Tam Son Yachting)와 럭스 그룹(Lux Group)이 있다.
땀손 요트는 2023년 600만 달러 규모의 라군 세븐티 8 요트를 인수하며 시장을 주목받았고, 럭스 그룹은 2025년 엠퍼러 크루즈(Emperor Cruises) 브랜드로 99명 탑승 가능한 요트를 나짱 해역에, 299명 탑승 가능한 요트를 사이공강에 각각 출시했다.

럭스 크루즈 그룹은 2025년 말 기준 3개 브랜드로 8척을 운영 중이며, 향후 30척 확대를 계획한다. 2024년 말 기준 단기 투어는 약 120달러, 장기 투어는 500~800달러 수준이다.
럭스 그룹의 팜 하(Pham Ha) 회장 겸 CEO는 2024년 말 “럭셔리 관광 시장은 현재 5% 점유율이지만 강력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고령 고객은 평화로운 휴식을, 젊은 고객은 친구 추천이나 인스타그램 프레임을 위해 찾는다. 1억 인구 중 40% 중고소득층 잠재력의 10%만 활용 중”이라고 밝혔다. 고급 서비스는 대중 시장과 차별화된 경험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사이공투어리스트, 5성 크루즈 독점 운영
2025년 6월 사이공투어리스트(Saigontourist)는 5성급 크루즈선 스타 보이저(Star Voyager)로 유입·유출 크루즈를 독점 운영했다. 유입 측면에서 푸미 항구에 6,000명 국제 관광객을 맞았고, 200명 베트남 관광객을 베트남 출발 국제 크루즈에 처음 제공했다.
세계적 콘서트에 수억 동 지불 의지
베트남 중상류층의 고급 예술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K-팝이나 세계 스타 콘서트는 방콕·싱가포르에 집중됐으나, 최근 블랙핑크, 마룬5, 찰리 푸스, 이매진 드래곤스, 지드래곤 등이 호치민시·하노이를 선택했다. 이매진 드래곤스 티켓 최고가 2천만 동, 블랙핑크 900만 동 수준이다. 젊은 층은 테일러 스위프트·BTS 공연을 보려 싱가포르·방콕까지 수천만 동을 지출한다.

베트남 엘리트는 취향이 다르다. GG 코퍼레이션의 루우 바오 흐엉(Luu Bao Huong) 회장은 “엘리트는 최고 예술을 즐기며, 이는 젊은 세대 영감을 주기 위한 투자”라며, 재즈 콘서트 '재즈 임머스드(Jazz Immersed)'에 전 재산을 쏟아부었다고 밝혔다. 이 콘서트는 '리빙 헤리티지(Living Heritage)' 프로그램의 개막 행사로, 웹사이트·e북·연간 국제 예술·교육 이벤트로 구성된다. 흐엉 회장은 “볼보 카 코리아 근무 경험으로 엘리트의 다음 세대 영감 욕구를 알게 됐으며, 재즈는 즉흥성과 창의성으로 엘리트가 사랑하고 세대 연결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감독 팜 호앙 남(Pham Hoang Nam)은 “청년층이 국가 콘서트를 즐기듯, 조용한 엘리트는 최고 음질의 음악을 원한다”며, 유럽·베트남 탑 아티스트가 모인다고 소개했다. 라인업은 피아노 닐스 란 도키 경(Sir Niels Lan Doky), 베이스 펠릭스 파스토리우스(Felix Pastorius, 자코 파스토리우스 아들), 드럼 조나스 요하센(Jonas Johansen), 색소폰 쯔옌 티엔 닥(Quyen Thien Dac), 싱어 탱 람(Thanh Lam)·하 짠(Ha Tran), 음악 감독 꾹 쭝(Quoc Trung), 의상 디자이너 톰 트란트(Tom Trandt) 등이 함께한다.
가장 주목받는 닐스 란 도키 경(베트남명 도 키 란, 1963년 코펜하겐 출생)은 베트남계 덴마크-미국 재즈 피아니스트로, 버클리 음악대학 출신이며 20개 이상 앨범을 발매했다. 아시아 영향 강한 '아시안 세션(1999)'과 '하이테크 하이쿠(2001)'에는 쿡 중, 탱 람이 참여했다. 콘서트에서 그의 삶과 세계 정복 여정을 공유할 예정이다.
조직위에 따르면, 콘서트는 도키 경의 빡빡한 일정으로 1박만 진행되며, 500석 한정 판매로 최상 음향 경험을 제공한다. 티켓 가격은 투자 비용을 충당 못 하지만, 아티스트 라인업과 무대 설계가 엘리트에게 어필한다. 뮤지션 후이 뚜안(Huy Tuan)은 “펠릭스 파스토리우스 이름만으로 200명 베이스 기타리스트가 티켓을 사러 올 것”이라고 전했다.
엘리트 라이프스타일 추구
흐엉 회장은 “베트남 엘리트는 세련된 생활, 균형 잡힌 삶, 지속 가능한 가치를 추구한다”며, 볼보 퇴사 후 GG 코퍼레이션을 설립해 신체·정신 종합 헬스케어와 럭셔리 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베트남의 부유층 소비는 경제 성장과 맞물려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베트남 럭셔리 시장 진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