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유통시장의 성장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쇼피와 틱톡샵 등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중심으로 온라인 소비가 빠르게 확대됐지만, 최근에는 플랫폼 수수료와 광고비 상승으로 판매가격이 높아지면서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새로운 유통 채널을 찾고 있다.
이는 베트남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이 끝났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온라인 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플랫폼 중심의 단일 유통구조가 한계에 도달하고, 오프라인 매장과 자체 온라인몰, 페이스북, 잘로 등 소셜미디어, 중국 직구 플랫폼을 결합하는 다채널 유통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국 기업과 투자자에게 이번 변화는 중요한 신호다. 베트남 소비시장을 공략할 때 특정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입점하는 것만으로는 장기적인 고객 확보와 수익성을 보장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매출은 증가했지만 비용 부담도 커져
Metric.vn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Shopee, TikTok Shop, Lazada, Tiki 등 베트남 4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총매출은 291조6천억 동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11% 증가했다.
시장 규모 자체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판매자 입장에서 매출 증가가 곧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Comme Asia 공동 창립자 Hoang Vuong Hoang은 올해 초부터 플랫폼 비용이 여러 차례 인상되면서 제품군에 따라 전자상거래 판매 비용이 20~27% 수준을 차지하고, 광고비까지 포함하면 35~45%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플랫폼 비용 상승은 결국 상품 가격에 반영된다. 판매자는 수수료와 광고비, 각종 프로모션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판매가격을 높이고, 소비자는 동일한 제품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다른 경로를 찾게 된다.
최근 베트남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이나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가격 구조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소비자의 핵심 기준은 ‘가격’으로 이동
YouNet ECI 자료에서도 베트남 소비자의 구매 행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2026년 2분기 온라인 소비자 신뢰지수(ECCI)는 122포인트로 1분기 127포인트보다 낮아졌다.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상승 등이 소비자의 지출 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온라인 구매에서 가격은 소비자의 68%가 중요하게 고려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나타났다. 프로모션을 구매 결정의 주요 요인으로 꼽은 소비자도 53%에 달했다.
반면 제품 품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비중은 77%에서 52%로 낮아졌다.
이는 한국 기업에게 상당히 중요한 지표다. 베트남 소비시장에서 단순히 ‘한국 제품’이라는 브랜드 이미지와 품질만 강조하는 방식으로는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저가 소비재 시장에서는 플랫폼별 가격 차이가 소비자의 구매 채널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직구 확대는 한국 기업에도 변수
주목할 부분은 베트남 소비자가 단순히 Shopee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 소비자는 타오바오, 핀둬둬, 1688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직접 이용하고 있다.
베트남 전화번호를 활용한 계정 등록과 OTP 인증이 가능하고, 일부 플랫폼은 알리페이, 마스터카드, Apple Pay 등 다양한 결제수단을 지원한다. 영어와 베트남어 인터페이스도 제공되면서 과거보다 해외 직구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실제 사례에서는 중국 플랫폼에서 직접 구매할 경우 베트남 현지 플랫폼보다 상품 가격이 낮고 배송 기간에도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산 제품과의 가격 경쟁이 더욱 직접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생활용품, 패션, 소형 가전, 인테리어 제품 등 가격 민감도가 높은 품목에서는 베트남 소비자가 ‘한국 브랜드냐 중국 브랜드냐’보다 ‘어디에서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살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구매할 가능성이 커진다.
오프라인의 부활이 아니라 ‘채널 재편’
그렇다고 베트남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을 포기하고 오프라인으로 완전히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변화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함께 활용하는 방향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소비자는 Shopee와 TikTok Shop 대신 동네 매장에서 직접 상품을 구매하거나, 수입 전문점에서 제품의 정품 여부와 구매 영수증을 확인한 뒤 구매했다. 온라인 플랫폼은 가격 비교와 제품 홍보에 활용하고, 최종 구매는 오프라인 매장이나 자체 판매채널에서 진행하는 방식이다.
기업 역시 이러한 구조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Velaboost는 당초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전체 매출에서 35~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 전망치를 10~15% 수준으로 조정했다. 대신 자체 판매채널을 통한 고객 확보와 비용 최적화를 강화하고 있다.
Facebook은 높은 방문자 수와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을 기반으로 높은 수익을 내는 채널로 평가됐다.
이는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 전략에도 시사점을 준다.
한국 기업, ‘입점’보다 ‘고객 확보’에 초점 맞춰야
베트남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Shopee나 TikTok Shop 등에 공식 스토어를 개설하는 것이다.
그러나 플랫폼 입점은 판매를 시작하는 방법이지 고객을 확보하는 최종 전략은 아니다. 플랫폼에서 확보한 고객과 데이터를 기업이 직접 관리하기 어렵고, 수수료와 광고비 변화에 따라 판매가격과 수익성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기업은 초기 진출 단계부터 다음과 같은 다채널 구조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Shopee·TikTok Shop을 신규 고객 확보와 브랜드 노출을 위한 채널로 활용해야 한다.
둘째, 자체 웹사이트와 SNS를 통해 고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매장이나 현지 유통 파트너를 확보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넷째, Facebook·Zalo 등 현지 소비자가 실제로 사용하는 소셜 채널을 활용해 구매 전환뿐 아니라 재구매와 고객 관리를 연결해야 한다.
다섯째, 제품군별로 플랫폼 판매와 오프라인 판매의 수익성을 별도로 분석해야 한다.
투자자에게는 ‘매출 성장률’보다 수익성이 중요
투자 관점에서도 베트남 전자상거래 시장을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
2026년 상반기 4대 플랫폼의 매출이 전년 대비 44.11% 증가했다는 수치는 분명한 성장 신호다. 하지만 플랫폼 수수료와 광고비 상승으로 판매자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 매출 성장률만으로 시장의 질적 성장을 판단하기 어렵다.
투자자는 향후 베트남 유통기업을 평가할 때 매출액뿐 아니라 △고객 확보 비용 △플랫폼 의존도 △자체 판매채널 비중 △온라인·오프라인 영업이익률 △재구매율 △물류비 △프로모션 비용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플랫폼에서 발생한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지나치게 높은 기업이라면 수수료 정책 변화에 대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자체 고객 기반과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으면서 온라인 플랫폼을 마케팅과 신규 고객 확보에 활용하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
베트남 유통시장, ‘플랫폼 전쟁’에서 ‘채널 전략’으로
베트남 전자상거래 시장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무료배송, 온라인 할인, 간편한 결제와 반품 등 온라인 쇼핑이 제공하는 편의성은 소비자를 계속 온라인으로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그러나 온라인 시장의 성장과 플랫폼의 성장률이 반드시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는 가격이 더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고, 판매자는 수익성이 높은 채널을 선택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베트남 유통시장은 특정 플랫폼이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보다는 온라인 플랫폼, 자체몰, SNS, 오프라인 매장, 해외 직구가 동시에 경쟁하는 다채널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기업에게도 베트남 시장은 단순히 ‘쇼피에 입점하는 시장’에서 ‘고객을 직접 확보하고 여러 채널을 운영해야 하는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결국 향후 경쟁력은 어느 플랫폼에 입점했느냐보다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고객을 확보하고, 확보한 고객을 자체 채널에서 장기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베트남 소비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과 투자자는 플랫폼의 거래액 증가만 바라보기보다 이러한 유통구조의 변화를 함께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GM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