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연구에서 피클볼이 다른 라켓 스포츠에 비해 부상으로 인한 입원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클볼은 테니스보다 코트가 작고 공이 가벼워 상대적으로 안전한 스포츠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빠른 가속과 감속, 방향 전환, 전진과 후퇴 동작이 반복되면서 낙상과 골절 등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American Journal of Emergency Medicine’에 발표된 연구는 2000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 국가전자부상감시시스템(NEISS)의 자료를 분석했다.
킷 퍼거슨과 게리 A. 스미스 박사 연구팀은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피클볼과 패들볼·스쿼시·라켓볼 등을 포함한 라켓 스포츠 관련 응급실 방문 약 79만2,773건을 조사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결과는 부상 이후 입원으로 이어지는 비율이었다.
조사 대상 라켓 스포츠 전체에서 응급실 방문 환자의 입원율은 8.7%였지만, 피클볼은 18.6%로 두 배 이상 높았다.
통계 분석에서도 피클볼 부상 환자가 다른 라켓 스포츠 부상 환자보다 입원으로 이어질 위험이 2.5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1년 이후 피클볼은 테니스를 제치고 조사 대상 스포츠 가운데 부상으로 인한 입원율이 가장 높은 종목으로 나타났다. 2023년 미국에서는 6세 이상 인구 10만 명당 피클볼 관련 입원 건수가 1.8건으로 집계돼 테니스의 0.9건보다 두 배 많았다.
낙상과 골절이 주요 위험 요인
피클볼은 경기장 규모가 테니스보다 작고 공의 속도도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선수들은 짧은 거리에서 지속적으로 움직이며 순간적인 방향 전환과 가속·감속을 반복한다.
특히 공을 처리하기 위해 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것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분석됐다.
연구에 따르면 피클볼 부상의 절반 이상이 낙상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테니스와 배드민턴, 탁구 등 다른 주요 라켓 스포츠보다 높은 수준이다.
부상 유형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다른 라켓 스포츠에서는 염좌가 흔한 부상 유형으로 나타나는 반면, 피클볼에서는 골절이 응급실 방문의 약 26%를 차지하며 가장 주요한 부상 원인으로 나타났다. 이는 피클볼의 부상 위험이 단순한 근육통이나 가벼운 염좌에 그치지 않고 골절 등 비교적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피클볼 인구 급증…부상도 함께 증가
피클볼의 부상 문제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최근 미국에서 선수층이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미스 박사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피클볼 선수 수는 2019년 약 350만 명에서 2024년 약 1,980만 명으로 증가했다. 약 5년 만에 466% 증가한 규모다.
피클볼 인구가 증가하면서 응급실 방문을 필요로 하는 부상도 크게 늘었다.
별도의 연구에서 신시내티대학교 의료센터의 폴 맥밀런 박사 연구팀은 미국 응급실의 피클볼 부상 사례가 2014년 1,313건에서 2023년 2만4,461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또 다른 분석에서는 피클볼로 인한 응급실 방문 발생률이 2014년 인구 10만 명당 0.5건에서 2023년 7.9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480% 증가한 수치이며, 2023년에는 테니스의 5.8건을 넘어섰다.
다만 피클볼 인구 자체가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상 건수의 증가는 스포츠 참여자 증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령층에서 특히 주의 필요
이번 연구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연령에 따른 부상 결과의 차이다.
조사 대상 라켓 스포츠 전체에서 64세 이상 부상자는 젊은 연령층에 비해 부상 후 입원할 가능성이 6.3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클볼은 특히 중·고령층의 참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낙상과 골절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진은 라켓 스포츠의 부상 예방을 위해 스포츠 종목과 연령대, 부상 유형에 맞춘 구체적인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클볼 역시 경기 전 충분한 준비운동과 하체 근력 및 균형 능력 강화, 적절한 신발 착용, 무리한 후퇴 동작을 피하는 등 낙상 예방을 위한 준비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쉬운 운동’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
피클볼은 비교적 작은 코트와 가벼운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스포츠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접근성이 높다는 것과 부상 위험이 낮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특히 고령층이나 오랜 기간 운동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 피클볼을 시작할 경우 자신의 체력과 균형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빠른 방향 전환이나 후퇴 동작을 반복하면 낙상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번 연구는 피클볼 자체를 위험한 스포츠로 규정하기보다는 급격한 참여 인구 증가와 고령층 참여 확대 속에서 부상 예방에 대한 인식도 함께 높여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피클볼의 인기가 미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경기 기술뿐 아니라 연령별 안전교육과 부상 예방 프로그램도 함께 발전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GM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