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발생한 외국인 유학생 사망 사건을 계기로 해외에 거주하는 유가족에 대한 지원체계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긴급 입국을 위한 제도가 마련돼 있음에도 유가족이 실제 한국에 입국하고 장례 및 시신 송환, 수사 관련 정보 확인 등의 절차를 진행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베트남 유학생 사망 사건은 해외에 거주하는 유가족이 갑작스러운 사건을 접한 뒤 한국의 대학과 수사기관, 외교당국 등 여러 기관과 동시에 소통해야 하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피해자인 20세 보 티 투이 비(Vo Thi Thuy Vi) 씨는 지난 8월 26일 오전 1시 15분께 부산 중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베트남 국적의 한 남성이 비 씨의 주거지에 침입해 흉기로 위협하고 현금을 빼앗으려 했으며, 저항하는 비 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 씨의 가족은 사건 당일 친구들의 연락을 통해 딸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이후 한국 입국을 비롯해 유해 송환, 사건 수사 관련 정보 확인, 개인 소지품 회수, 법률 지원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과 베트남 외교당국 등에 도움을 요청했다.
가족들은 대학 측에 공식 요청서를 제출하고 정기적으로 사건 진행 상황을 전달받을 수 있는 담당자를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해외에서 여러 기관과 의사소통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족들이 사건 정보를 안정적으로 전달받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비 씨의 어머니 응우옌 티 두옌 씨는 코리아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도 우리에게 정보를 주지 않고 있다"며 "지금 너무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비 씨는 2025년 3월 한국에 입국해 한국어를 공부했으며, 이후 국제경제학 학위를 취득하기 위한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에 따르면 두옌 씨는 8월 26일 새벽 딸로부터 부재중 전화를 받은 뒤 3천만 원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받고 이상 징후를 인지했다. 여러 차례 딸에게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았고, 같은 날 정오께 딸의 지인으로부터 사망 소식을 전달받았다.
긴급입국 제도 있지만 실제 입국까지 시간 소요
해외에 있는 유가족이 한국에서 사망한 가족의 사건 처리를 위해 입국해야 하는 경우 한국에는 긴급입국을 지원하는 절차가 마련돼 있다.
재외공관과 협력해 단기 체류 목적의 C-3 비자에 대한 신속 심사를 진행하고 입국 심사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비 씨 가족의 경우 법무부가 신청서를 접수한 당일 비자를 발급했다. 그러나 비자가 신속하게 발급됐다고 해서 곧바로 한국에 입국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가족들이 해외에서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고 공증을 받는 한편 여권 발급과 항공편 예약 등을 별도로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베트남 중부 고원지대의 외딴 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비 씨의 부모는 한국 입국을 위해 여러 서류를 준비해야 했다. 일부 서류는 사본이 불분명해 다시 제출하는 과정도 거쳤다.
이후 대학 측이 입국 절차 지원에 나섰고, 가족들은 대학의 도움으로 토요일에 여권을 발급받고 월요일에 비자를 발급받았다.
대학 관계자는 가족들이 최대한 빨리 한국에 입국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결국 가족들은 딸의 사망 소식을 접한 지 약 일주일 만에 서류 준비와 항공편 예약 등의 과정을 거쳐 수요일 부산에 도착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유가족이 사건 처리를 위해 한국에 장기간 체류할 필요가 있는 경우 체류기간 연장을 신속하게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더 큰 부담은 유해 송환 비용과 수사정보 접근
유가족이 한국에 도착한 이후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남아 있다. 가장 큰 부담 가운데 하나는 숨진 비 씨의 유해를 베트남으로 송환하는 비용이다.
가족들은 한국에서 화장이나 매장을 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유해를 베트남으로 송환하기 위한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두옌 씨는 가족들이 유해 송환에 최소 13억 베트남동, 약 4만9천 달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베트남 농촌에서 생활하는 가족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비용이다.
두옌 씨는 해당 비용을 전달받은 뒤 "우리 가족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액수"라며 경제적 부담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학 측은 유해 송환 비용과 구체적인 절차에 대해서는 가족들이 한국에 도착한 이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사 과정에서의 정보 접근도 유가족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가족들은 사건의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법의학적 감식 결과와 CCTV 영상, 휴대전화 데이터 등 수사 관련 자료에 대한 접근과 변호사 선임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 거주하는 유가족이 한국의 형사사법 절차와 정보공개 범위를 이해하고 직접 관련 기관과 소통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중대한 범죄의 피해자가 됐을 경우, 해외에 있는 가족들이 어떤 기관을 통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명확한 안내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긴급 비자 발급과 같은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더라도 실제 유가족이 한국에 도착하기까지 서류 준비와 항공편 확보, 비용 마련 등의 문제가 남는다. 한국에 도착한 이후에도 유해 송환과 수사정보 확인, 법률 지원 등 복잡한 절차가 이어진다.
특히 외국인 유학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유학생 본인뿐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는 가족까지 고려한 사고·범죄 피해자 지원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 유가족에게 전담 연락창구를 제공하고, 입국·체류·유해 송환·법률 지원 등에 필요한 정보를 여러 언어로 일괄 안내하는 체계가 마련된다면 유가족이 겪는 혼란과 행정적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이 단순히 한 가족의 비극을 넘어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 유학생과 그 가족들이 위급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GMV(출처: 코리아타임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