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인공지능(AI)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른바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 사업의 사업자로 SK텔레콤, KT, 카카오가 각각 주도하는 3개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이번 사업은 국내 AI 모델을 기반으로 국민 누구나 범용 AI 챗봇과 공공·특화형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반면 국내 대표 AI 기업인 네이버가 이번 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정부 주도 AI 사업과 네이버의 향후 전략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SKT·KT·카카오, 3개 컨소시엄 선정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개 지원 업체를 대상으로 서비스 계획과 기술력 등을 평가한 결과, SK텔레콤·KT·카카오가 주도하는 3개 컨소시엄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선정된 컨소시엄에는 올해 총 512대의 엔비디아 B200 GPU가 지원될 예정이다. 또 2027년부터는 전국 단위 AI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할 계획이다.
사업의 목표는 한국산 AI 모델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공공 AI 서비스 구축이다.
각 컨소시엄은 자체 개발한 AI 모델뿐 아니라 다른 기업의 모델도 함께 활용해 국민들이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AI 챗봇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또 공공 서비스와 교육, 의료, 금융, 생활 분야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특화형 AI 에이전트 서비스도 개발할 예정이다.
정부는 오는 9월 3개 컨소시엄과 협약을 체결한 뒤 베타 서비스를 거쳐 올해 말까지 ‘AI for All’ 서비스를 공식 출시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는 참여 기업들의 요청에 따라 이번 평가의 세부 점수와 순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SK텔레콤, 6,880억 파라미터 ‘A.X K2’ 활용
SK텔레콤 컨소시엄에는 라이너를 비롯해 신한카드, 하나카드, 티맵모빌리티, SK브로드밴드, 페르소나AI, 엘리스그룹, 구독, 사운더블헬스, 노타, 셀렉트스타 등 다양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한다.
SK텔레콤은 자체 개발한 대규모 언어 모델 ‘A.X K2’를 주요 모델로 활용할 계획이다. A.X K2는 약 6,880억 개의 파라미터를 갖춘 대규모 언어 모델로, 정부의 국가 AI 기반 모델 사업과 연계해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컨소시엄은 이와 함께 업스테이지AI의 Solar Open 2, 모티프테크놀로지스의 Motif 3, LG AI 리서치의 K-EXAONE 2.0 등도 함께 활용할 예정이다.
금융과 교통,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AI 서비스의 활용 범위 역시 생활 밀착형 영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KT, 포털·쇼핑·부동산 플랫폼에 AI 접목
KT 컨소시엄에는 리벨리온즈, 업스테이지AI,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다음, 무신사, BC카드, 직방, 한국교육방송 등이 참여한다.
KT는 자체 개발한 Mi K Pro 2.5를 중심으로 업스테이지AI의 Solar Pro 4, 모티프테크놀로지스의 Motif 3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KT 컨소시엄은 단순한 독립형 AI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포털과 애플리케이션은 물론 다나와, 무신사, 직방 등 파트너 플랫폼에도 AI 접점을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국민들이 별도의 AI 앱을 설치하지 않더라도 기존에 사용하던 쇼핑, 검색, 금융, 교육, 부동산 플랫폼에서 자연스럽게 AI 기능을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카카오, 메신저 기반 AI 서비스 구축
카카오 컨소시엄에는 루닛, 서울대학교병원, 신한은행, LG AI 리서치, LG CNS, LG유플러스, LG전자, 퓨리오사AI 등이 참여한다. 카카오 컨소시엄은 카카오의 카나나(Kanana)를 비롯해 LG AI 리서치의 EXAONE, K-EXAONE 2.0 등의 모델을 활용할 예정이다.
카카오의 가장 큰 강점은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메신저 플랫폼을 AI 서비스의 주요 진입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는 사용자가 하나의 통합 서비스 안에서 일반적인 AI 챗봇 기능뿐 아니라 의료, 금융, 생활 등 다양한 분야의 AI 에이전트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톡과 같은 기존 플랫폼을 활용할 경우 AI 서비스의 접근성과 이용률을 빠르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는 왜 참여하지 않았나
이번 사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중 하나인 네이버의 불참이다.
네이버는 자체 초거대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AI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자체 AI 생태계를 구축해 온 기업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네이버는 이번 ‘AI for All’ 사업 참여를 검토한 뒤 최종적으로 기존 AI 사업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사업 일정이 촉박한 데다 자체 모델뿐 아니라 다른 기업의 AI 모델도 함께 사용해야 하는 조건 등이 네이버의 참여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정부 지원을 받는 대신 대규모 서비스 인프라 구축과 운영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만큼, 투자 대비 사업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네이버는 이미 자체 플랫폼을 통해 무료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정부 사업과 별도로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 AI 모델’ 사업 탈락 이후 더욱 신중해진 네이버
네이버는 앞서 지난 1월 정부가 추진한 국가 기반 AI 모델 사업에서도 선정되지 못했다.
해당 사업은 향후 정부 주도의 AI 서비스와 공공 AI 모델 개발의 핵심 기반이 되는 사업으로 평가됐다.
당시 네이버의 탈락 배경에는 기술력 자체보다는 하이퍼클로바X의 데이터 독립성과 관련된 평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 대표 AI 기업인 네이버가 정부의 핵심 AI 사업에서 연이어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면서 시장에서는 네이버의 AI 경쟁력과 정부 정책 간 관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AI 프로젝트에서 SK텔레콤, KT, 카카오가 연이어 주요 사업자로 참여하는 반면, 네이버가 독자 노선을 선택하는 모습은 향후 국내 AI 산업의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무료·무제한 AI’ 시대, 국내 AI 생태계 경쟁 본격화
이번 ‘AI for All’ 사업은 단순히 AI 챗봇 하나를 무료로 제공하는 사업을 넘어선다.
정부는 AI를 국민의 일상생활과 산업 현장에 광범위하게 확산시키고, 해외 AI 서비스 의존도를 낮추면서 국내 AI 모델과 반도체, 데이터, 플랫폼 산업을 함께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SK텔레콤은 통신과 금융, 교통을 중심으로, KT는 플랫폼과 콘텐츠, 커머스 영역을 중심으로, 카카오는 메신저와 생활 서비스 중심의 AI 생태계를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중심으로 검색과 쇼핑, 콘텐츠, 기업용 AI 서비스 등 기존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는 독자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번 사업은 ‘누가 더 뛰어난 AI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가’의 경쟁을 넘어, 누가 더 많은 국민에게 쉽고 자연스럽게 AI를 제공할 수 있는가의 경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의 ‘AI for All’ 서비스가 올해 말 예정대로 출시될 경우,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대규모 국민 대상 무료 AI 서비스를 추진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막대한 GPU와 운영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향후에는 서비스의 실제 이용률과 품질, 개인정보 보호, AI 환각(Hallucination) 문제, 그리고 정부 지원 종료 이후의 지속 가능성이 사업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GM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