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FIFA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국과 멕시코가 같은 A조에 속해 경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멕시코 현지에서는 이례적으로 한국 대표팀을 향한 뜨거운 응원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체코의 조별리그 경기에는 수많은 멕시코 팬들이 한국 국기와 붉은색 응원복을 착용한 채 경기장을 찾았다. 4만9천여 석 규모의 경기장은 거의 만석을 이뤘으며, 한국 선수들의 공격 전개 때마다 멕시코 축구 특유의 응원 문화인 "올레(Olé)"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8년 전 월드컵이 만든 특별한 인연
멕시코 팬들이 한국을 응원하는 이유는 2018 러시아 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멕시코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스웨덴에 0대3으로 패하며 16강 진출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멕시코가 토너먼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같은 조였던 한국이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꺾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전 세계 축구 팬들은 독일의 승리를 예상했다. 이미 한국은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상태였고 독일은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예상을 뒤엎고 독일을 2대0으로 꺾는 월드컵 역사상 손꼽히는 이변을 연출했다. 경기 종료 직전 터진 손흥민의 추가골은 독일의 탈락을 확정지었고, 그 결과 멕시코는 극적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후 멕시코 전역에서는 "Gracias Corea(고마워요, 한국)"라는 감사 인사가 쏟아졌다. 수천 명의 멕시코 시민들이 멕시코시티 주재 한국대사관 앞에 모여 축하 행사를 열었고, 한국 대사를 초청해 함께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당시 손흥민은 멕시코 팬들 사이에서 '명예 멕시코인'으로 불리며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한국 문화도 우정의 연결고리
축구를 넘어 한국 문화 역시 양국 관계를 더욱 가깝게 만들고 있다.
과달라하라 현지 시민들은 K-팝과 한국 드라마, 한국 음식이 멕시코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월드컵 기간 동안 일부 스포츠 매장에서는 한국 대표팀 유니폼이 품절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현지 택시기사 에드가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멕시코 사람들이 한국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2018년 독일전 승리와 BTS"라며 "많은 멕시코 팬들이 한국과 멕시코가 함께 16강에 진출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장 밖에서도 이어지는 우정
최근 소셜미디어에는 멕시코 팬들이 한국 응원단을 발견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며 축하하는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어떤 영상에서는 멕시코 팬들이 한국인 축구팬을 어깨에 태우고 환호하는 모습이 담겼으며, 또 다른 영상에서는 멕시코 여성 팬이 한국 방송사 기자에게 반가움을 표현하는 장면이 온라인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축구 팬들은 "월드컵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우정 중 하나"라며 양국 팬들의 특별한 관계를 응원하고 있다.
한국-멕시코, 이제는 조 1위 경쟁
현재 A조에서는 한국과 멕시코가 모두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양국은 오는 6월 19일 과달라하라에서 직접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서로를 응원하는 특별한 우정을 이어가고 있지만, 경기장 안에서는 조 선두 자리를 놓고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축구가 만들어낸 한 편의 감동 스토리는 2018년 러시아에서 시작돼 2026년 멕시코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국경을 넘어선 감사와 우정이 월드컵이라는 세계 최대 축구 축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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