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이 20여 년에 걸친 국영기업(SOE) 개혁을 통해 5,000개 이상의 국영기업을 정리하며 경제 구조 개편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특히 국유기업이 보유한 토지와 자산 문제 해결에 진전을 보이면서 향후 민영화와 국가 자본 효율화 작업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BIDV증권(BSC)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의 100% 국영기업 수는 2001년 5,655개에서 2021년 459개로 감소했다. 20년 만에 12배 이상 줄어든 것으로, 이는 베트남 경제개혁(도이머이) 이후 가장 큰 구조조정 성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1980년대 후반 시장경제 체제 도입 이후 국영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국가 자본 효율성 제고를 목표로 단계적인 민영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국영기업 개혁은 크게 세 단계로 진행됐다. 초기에는 민영화 시범사업을 통해 적절한 지배구조 모델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으며, 이후 대규모 민영화 추진 단계에 들어섰다. 최근에는 기업 구조조정과 민영화를 연계해 국가 자본 활용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발전하고 있다.
특히 2016~2020년은 베트남 국영기업 민영화의 황금기로 평가된다. 이 기간 동안 민영화된 기업은 180개에 불과했지만 기업당 평균 거래 규모는 2조7,210억 동에 달했다. 이는 대형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됐음을 의미한다.
같은 기간 정부는 27조3,120억 동 규모의 국가 지분을 매각해 총 177조3,970억 동의 수익을 거뒀다. 이는 장부가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베트남 최대 맥주기업인 사베코 민영화다. 사베코 매각을 통해 약 110조 동의 수익이 발생했으며, 이는 당시 전체 국영기업 매각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민영화 속도는 크게 둔화됐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적으로 민영화된 기업은 단 5개에 그쳤으며, 기업당 평균 매각 규모도 약 1,290억 동 수준으로 감소했다. 국가 지분 매각 규모 역시 2조7,990억 동에 불과했고, 총 수익은 9조2,610억 동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민영화 지연의 가장 큰 원인으로 법적·행정적 장애물을 지목하고 있다.
우선 기업 가치 산정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토지 사용권, 브랜드 가치, 미래 성장 가능성,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있는 자산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워 민영화 과정이 장기간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하나의 민영화 거래가 완료되기까지 평균 22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부처 승인과 평가, 감사, 검토 등 복잡한 절차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무원들의 책임 부담도 주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 감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우려 때문에 의사결정이 보수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영권과 조직 개편 문제가 발생하는 점도 민영화 추진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러한 가운데 베트남 정치국이 올해 발표한 결의안 79호는 국영기업 개혁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BSC는 결의안 79호가 기존의 국가 자본 관리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평가했다. 과거에는 자산 보존과 행정적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국가 자산의 가치 증대와 투자 촉진, 경제성장 동력 창출에 더욱 중점을 둘 전망이다.
특히 결의안은 국가 경제 자원의 범위를 기존 기업 중심에서 토지, 교통 및 산업 인프라, 천연자원, 디지털 데이터 등으로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향후 국영기업 개혁이 단순한 기업 매각이 아니라 국가 자산의 효율적 활용과 경제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될 것임을 시사한다.
베트남 정부는 앞으로 국영기업이 국방·안보, 에너지, 필수 인프라, 금융, 석유·가스, 첨단기술 등 국가 전략산업에 집중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민간기업과 국영기업 간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토지와 자산 문제를 둘러싼 법적 장애물이 해소될 경우 베트남의 새로운 민영화 사이클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는 외국인 투자 확대와 자본시장 활성화, 그리고 베트남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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